네팔 홍수·산사태로 관광객 468명 실종…외국인 39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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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468명 실종, 국경 관광망이 재난 통로로
27일 네팔 관광부는 전날 중북부 바그마티주에서 발생한 홍수와 산사태로 관광객 468명이 실종 상태이며, 이 가운데 393명이 외국인이라고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최소 133명은 힌두교 성지인 중국 티베트자치구 카일라스산으로 향하던 인도인 순례객이다. 미국인과 호주인, 영국인, 캐나다인도 각각 수십 명씩 실종된 것으로 파악됐다. 네팔의 이번 재난이 자국 주민만의 피해를 넘어 여러 국가가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국제적 위기로 번진 배경이다.
외국인 실종자가 유난히 많은 것은 피해 지역의 지리적 성격과 직접 연결된다. 네팔 중북부 바그마티주는 히말라야 고산지대와 중국 티베트자치구로 이어지는 길목이다. 종교적 목적의 순례객뿐 아니라 산악 경관을 찾는 세계 각국의 등산객과 여행자가 통과한다. 평상시에는 국경을 넘는 종교·관광 교류의 관문이지만, 갑작스러운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하면 서로 다른 국적의 이동 인구가 한꺼번에 고립될 수 있는 구조다.
특히 카일라스산 순례길에 오른 인도인이 대거 실종됐다는 사실은 관광객이라는 하나의 범주 안에도 이동 목적과 동선이 다양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순례객은 성지로 연결되는 제한된 경로를 함께 이용하고, 등산객은 산악지대의 숙박시설과 이동 거점에 집중된다. 재난이 주요 통행로를 덮치면 특정 국가나 여행 집단의 피해가 동시에 커질 수 있다. 이번 실종자 구성은 히말라야 재난이 곧바로 국제 영사·관광 안전 문제로 확대되는 이유를 드러낸다.
비가 없던 지역을 덮친 급류, 원인 규명도 혼선
이번 홍수는 현지에 비가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발생한 것으로 전해져 원인을 둘러싼 의문도 커지고 있다. 네팔 정부는 예비 조사에서 티베트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빙하가 붕괴해 홍수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에 따른 히말라야산맥의 기후 변화 속에서 거대한 빙하와 암석이 함께 무너졌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현재 공개된 내용은 예비 판단과 가능성의 단계이므로, 정확한 촉발 요인을 단정하기보다 추가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재난은 네팔 국경 안에 머물지 않았다. 네팔과 맞닿은 중국 티베트자치구 르카쩌시 지룽현에서도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했다. 중국중앙TV는 27일 오전 8시 기준 사망자가 3명, 실종자가 558명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전날 오후 8시의 사망 3명·실종 265명과 비교하면 밤사이 확인된 실종자가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구조 당국은 주민 2명을 구조했으며 수색과 피해 규모 파악을 이어가고 있다.
네팔 쪽 집계도 발표 시점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네팔 관광부는 관광객 실종자를 468명으로 밝혔지만, 별도의 현지 집계에서는 전체 실종자가 484명이고 이 가운데 외국인이 391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자는 157명으로 집계됐다. 숫자의 차이는 광범위한 산악지대에서 수색과 신원 확인이 진행되는 가운데 나온 잠정치라는 성격을 보여준다. 통신과 교통이 끊긴 지역의 인원이 새로 확인되면 피해 규모는 다시 조정될 수 있다.
생존자의 몇 초, 산악 재난의 파괴력 증언
생존자들의 증언은 홍수가 얼마나 갑작스럽게 마을과 이동로를 삼켰는지를 보여준다. 네팔 바그마티주 라수와 지역에 사는 비벡 쿠말은 26일 신축 주택 밖에서 화장실 구덩이를 파다가 ‘쉬익’하는 소리를 들었다. 거센 물살과 진흙, 바위가 거대한 벽처럼 밀려오며 낸 굉음이었다. 경고를 인지하고 안전한 곳으로 이동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울 만큼 재난의 전개가 빨랐다는 의미다.
쿠말은 급류에 휘말려 하류로 떠내려가다가 망고나무에 걸려 멈췄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그는 그 나무가 없었다면 휩쓸려가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24세인 쿠말은 10대였던 2015년 네팔 대지진에서도 살아남았다. 이번에는 우연히 물길에 있던 나무 한 그루가 생사를 갈랐다. 개인의 극적인 생존담이지만, 동시에 구조물과 지형이 순식간에 무력화되는 급류 앞에서 주민과 여행객 모두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물과 토사, 바위가 함께 이동하는 재난에서는 홍수와 산사태를 분리해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도 드러난다. 하천 주변뿐 아니라 계곡, 도로, 숙박 거점, 국경 통행로가 동시에 끊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종자 수가 짧은 시간에 크게 증가한 것도 현장 접근이 어려운 상태에서 여러 지역의 신고가 뒤늦게 합산되는 상황과 연결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금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잠정 집계를 확정치처럼 받아들이지 않고, 수색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피해 정보가 계속 변할 수 있음을 인식하는 일이다.
국제 관광지의 안전 체계가 시험대에
이번 참사는 히말라야 관광의 국제성이 재난 대응에서는 복합적인 부담으로 바뀔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종자의 국적이 여러 나라에 걸쳐 있으면 네팔 당국의 수색뿐 아니라 신원 확인, 여행 동선 파악, 가족 통보에 필요한 정보도 복잡해진다. 순례단과 등산객, 개별 여행자의 이동 방식이 서로 다른 만큼 출발지와 숙박지, 마지막으로 확인된 위치를 하나의 체계 안에서 맞추는 작업이 핵심 과제가 된다. 외국인 393명이라는 관광부 집계는 그 작업의 범위가 이미 한 국가의 행정 경계를 넘어섰음을 뜻한다.
원인 규명 역시 향후 안전 대책의 방향을 가를 사안이다. 지진의 영향으로 빙하가 붕괴한 것인지, 온난화와 연관된 빙하·암석 붕괴가 중심 원인인지에 따라 감시해야 할 위험 신호와 경보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다만 현재는 대규모 실종자 수색과 피해 확인이 계속되는 단계다. 특정 원인을 성급하게 확정하기보다 네팔과 중국 티베트자치구에서 동시에 나타난 홍수·산사태의 연결 관계를 조사하고, 서로 다른 잠정 집계를 정리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네팔 대홍수는 유명 순례지와 트레킹 관문이 가진 개방성과 취약성을 동시에 드러낸 국제 재난이다. 국경을 넘는 관광은 지역 경제와 문화 교류를 확장하지만, 고산지대의 돌발 재난은 여러 국적의 사람을 같은 위험에 놓이게 한다. 세계 독자에게 이번 사건이 중요한 이유는 한 지역의 빙하와 산악 지형에서 시작된 위기가 국제 이동망을 따라 즉시 여러 나라의 공동 안전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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